보이콧은 안 한다.
안 한다기보단 그냥 내 마음가는대로 행동하기로 했다. 나야 뭐 방송이나 챙겨보고 음악이나 듣는 안방팬이니까.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는 것 맞고, 재범이가 다시 왔음 좋겠는 것도 맞고, 6pm 보는게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보이콧 하기엔 내가 너무 힘이 들어서. 나 좋자고 나 즐겁자고 하는 팬질인데 내가 왜 이리 스트레스를 사서 받나 싶기도 하고..... 그냥 생각없이 즐겁게 애들 보고 싶다. 내 상황 챙기기도 힘든데 얘들까지 걱정해 줄 수가 없다.
응, 이래놓고 나중에 재범이가 다시 합류하면 난 또 겁나 죄책감에 시달리겠지. 난 왜 좀 더 기다리지 못했나 하고 혼자 죽을동살동 삽질 할 게 눈에 보여. 근데 요새 내가 좀 힘들어서, 얘들 보는거라도 좀 즐겁게 보고 싶거든... 나 진짜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단 말야. 얘들 웃는거 보고 얘들 노래 들으면서 맘 편히 살고 싶은데, 그냥 웃고 싶은 것 뿐이었는데. 고작 팬질 두달만에 이렇게 온 몸에 진이 빠질 줄은 나도 몰랐지. 아이고 어머니 내가 얘들을 왜 핥기 시작했을까요. 애초에 시작이나 안 했으면 될 것을 왜 미련하게 얘들을 핥아서 이 고생을 하고 앉아있는 걸까요.
늘 생각하는 거지만 이놈의 입이 문제다. 아니 이럴 땐 입이 아니라 주둥아리지.
할 말 안할 말 생각을 하고 내뱉어야 하는데, 아무리 내지르는 공간이라지만 생각없이 말 한 건 실수 맞다.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해봐야 상처받을 사람은 받았을테고... 상처받기 전에 미리 말해줬더라면 타격이 덜했을까. 안쓰럽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되레 상처를 더 후벼 판 격이 되어 버렸네.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것 마저 미안해진다.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죄책감 느껴보긴 또 처음이다. 정말 말조심해야지. 사람 입이 이렇게 무섭다.
공부는, 그냥 마무리만 어찌어찌 해서 시험보러 갈까 싶다.
88명 뽑는데 3840명이 넘게 온대.. 아 안될거야... 이거 말고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난 준비를 안하고 이렇게 안일하게 놀고 앉았었을까.하고싶지 않다는 걸 핑계삼아 너무 나태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. 이걸 왜 시험 3일 전에야 깨닫냐고 난. 예전에 사주 볼때마다 "학생은 3수 해야겠네..." 하고 나왔던 걸 은근히 믿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. 아니, 믿었다기보단 어차피 난 3수 해야해- 하는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거겠지. 그래놓고는 하기 싫다, 나랑 안 맞는다, 애들이 싫다, 국어가 좋지 선생 별로야, 난 안될거다 하는 핑계를 줄줄이 늘어놓은거고. 이렇게 푸념 늘어놓을 시간이 있으면 한자라도 더 봐야하는데.... 이제와서 봐봐야 뭐 별 수가 있겠냐 싶은 늘어진 내가 너무 싫다. 자기혐오 이런거 진짜 싫어하는데, 혐오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야.